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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 ‘물리과에서는 무엇을 배울까?(上)’의 댓글을 읽어보니 학생들이 진로와 세부전공, 학과 커리큘럼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 참 많군요. 하긴 예전에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에 지원한 학생이 전쟁무기 만드는 과인줄 알았다는 에피소드도 있을 정도니. (재료공학과는 크게 금속재료공학, 플라스틱-섬유-고분자공학, 비금속-세라믹-무기재료공학군으로 나뉩니다.)
3학년 : 전공필수와 전공선택
3학년이 되면 역학과 수리물리가 끝나는대신 양자역학과목과 계측실험이 더해집니다. 일반인들이 과학자 하면 떠올리는 원자폭탄과 신무기, 외계인(?)의 언어, nerd스러움, 기괴함은 상당부분 양자역학에 대한 신비로운 이미지때문입니다. 이건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데 아래 영화 아시죠.
영화 스파이더맨2의 주인공 피터 파커는 콜롬비아대학교 물리학과 학생으로 나옵니다. 아래 영화를 캡쳐했는데 첫장면은 뉴욕시 한가운데 있는 콜롬비아 대학의 캠퍼스고 둘째장면 하단에 광장을 가로지르는 피터가 나옵니다. 수업에 늦어 정신없이 달리다가 부딪혀 책을 우르르 바닥에 떨구는데 이때 떨어뜨린 책 2권이 바로 양자역학교재입니다. 갈색의 왼쪽책은 한권은 코넬대학교의 Richard Liboff가 쓴 , Introductory Quantum Mechanics, 4th edition 이고 오른쪽의 한권은 Gasiorowicz 의 Quantum Physcis 2nd edition 입니다
위쪽책이 Gasiorowicz책 표지이고 아래사진이 Liboff책인데 저자가 스파이더맨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군요. 뭐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도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코넬대학교 학보사에서도 이에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아래 주소에 있으니 한번 읽어보세요
http://www.news.cornell.edu/releases/Aug04/Liboff.spiderman.to.deb.html
교재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두권 다 학부 양자역학 교재로 사용했는데 Gasiorowicz가 주교재였고 Liboff는 참고용이었습니다. Gasiorowicz는 매우얇아서 얕보지만 핵심정리책 비숫해서 내용은 꽉꽉차있는데 설명이 없어 교수님들이 선호하고 Liboff는 자습서처럼 두꺼워 혼자서 공부하기 좋게 친절한 설명이 많습니다. 서울대학교 송희성 교수님의 양자역학교재도 좋구요.
암튼 양자역학 시간에는 고교시절 과학잡지에서 다루던 흥미로운 양자역학의 내용을 여기서 집중적으로 배웁니다. 플랑크의 흑체복사,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 하이젠베르크 행렬역학등 기본개념을 배우고 2학기들어가면 이런 개념을 수소원자등에 적용해나가구요. 화학2의 오비탈의 개념에 나오는 주양자수(=에너지 레벨) n, 부양자수(=각운동량, 궤도양자수 L을 의미하고 p오비탈의 방향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자기양자수 m. 스핀양자수 s(=파울리의 배타원리죠) 등이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식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등등요.(수소원자의 오비탈을 계산하는건 상당히 고된 수학적 작업인데 이를 처음으로 풀어낸 사람이 파울리입니다. 그래서 스위스 쮜리히 공대에선 졸업생인 아인슈타인보다 교수로 재직한 파울리-뮌헨대학 졸업-를 더 높이 쳐준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고전물리학(역학, 전자기학, 열역학)과 현대물리학(=양자역학, 상대론)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고전물리학은 허용된 부분을 빼고는 모두 제한된다면 현대물리학은 제한된 부분을 빼고는 모두 허용된다는 것입니다. -_-;;; 동어반복이라구요?
이렇게 이해합시다. 고전 물리학에서도 자연현상을 이해하는데 어떤 법칙이 있습니다. 운동량 보존법칙, 에너지보존법칙, 열역학1법칙, 열역학2법칙(=엔트로피 증가법칙)등등. 그리고 고전 물리학은 1개의 원인에 대해 1개의 결과가 대응됩니다. 그 1개의 결과 외에는 모든 것이 금지됩니다. 철저한 인과적 접근이죠. 그래서 겉으로 볼때 고전 물리의 법칙은 ‘~는 어떠하다’는 식의 가능과 긍정의 표현이지만 역으로 이런 허용을 제외하곤 모두 금지된다가 진실입니다.
그러나 상대론이나 특히 양자역학의 법칙들에서는 ‘~는 불가능하다’는 식의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상대론을 예로 들면 어떤 물체의 운동도 광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 ‘2관성계 간 물리현상은 구별할 수 없다’, 양자역학같은 경우는 ‘동일한 상태함수에 2개의 전자가 포개질 수 없다’,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파악할 수 없다...’ 어쩌구 저쩌구... 그러나 이는 제약의 법칙이 아니라 이 제약만 지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시간여행? 상대론의 법칙과 가정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전자와 모든 것이 똑같지만 전하값만 +인 양전자와 반입자들? 가능합니다! 입자인 전자가 파동처럼 행동해서 1개의 전자가 이중슬릿의 양쪽을 동시에(!!) 통과하는 일? 가능합니다. 무한의 선택이 허용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니힐리즘과 비관성의 세계관을 깔고 있는 것이 현대 물리학의 법칙이 아닐까 싶습니다
암튼 물리학과에서 2학년 2학기부터 3학년 2학기까지는 가장 힘든 코스웍입니다. 양자역학 말고 배우게되는 계측실험은 실험을 함에 항상 부딪히는 전자기기의 측정과 회로의 설계를 배우는데 아날로그 소자인 저항, 콘덴서(=축전기), 인덕터(=코일의 자체유도)와 다이오드, 트랜지스터의 회로특성을 배우고 나중에 디지털신호를 콘트롤하는 방법도 배웁니다. 한참 씩씩거리면서 실험설계하고 회로특성을 고민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전기전자과 친구는 뭐 그런 허접한 회로가지고 끙끙대냐고 이렇게 이렇게 하면 회로 작동하잖아하고 가쁜하게 조언하고 지나가던데 한편으론 대단해보이고 한편으론 한없이 분개하게 만들더군요. ‘전선만 만지는 공돌이 시키 ^^’ 농담입니다. 요는 3학년이 지나가면 1학년때와 달리 각 학과의 특성이 강해지고 어떤 현상을 바라보는 자연과학과 공학의 관점이 많이 달라진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3학년 2학기때는 `열 및 통계물리`가 추가됩니다.
열역학은 전기전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공대학과가 배웁니다. 물리학과는 물론 재료공학과, 기계공학과, 화학공학과등등요. 그러나 공대쪽이 열(heat)에 주목한다면 물리학과는 입자의 집단특성인 통계에 주목합니다. 입자 1개를 다루는 것이 고전역학이라면 입자계, 것도 한두개가 아닌 아보가드로 수(6.02×1023)의 크기를 다루는 것은 통계역학의 대상입니다. 통계역학은 맥스웰과 볼츠만의 고전통계와 페르미-디락, 및 보즈-아인슈타인의 3가지 부분이 있습니다. 대개는 기체상태를 다루고 고체쪽은 고체물리(=응집물리학이라고도 하는데 응집물리는 액체상태도 다룹니다)로 분리합니다.
4학년 : 전공선택과 전공심화
4학년에는 전공필수라는 코스웍이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졸업 및 진로를 결정하기에 같은과 학생들이 한꺼번에 같이 듣는 과목도 거의 남아있지 않고(각 과목당 10명 미만이 같이 수업을 듣습니다) 이제부터는 앞서 말한 코어과목(고전역학, 전자기학, 양자역학, 열역학)을 통해서 활용하는 과목들입니다. 따라서 이런 과목들은 그전에 앞의 코어과목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다는 전제하에 바로 응용 및 심화개념으로 들어가죠. 수학으로 말하면 수1, 수2 듣고 심화미적분이냐 이산수학이냐를 결정할 시기죠 ^^
가장 대표는 고체물리입니다. 사실 물리학이 현대문명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분야가 고체물리인데 여기서는 양자역학, 통계역학의 개념을 많이 사용하는데(이 두과목 모르면 하나도 이해안됩니다 -_- 필히 선수과목을 이수해야합니다) 고체의 비열의 변화, 도체의 온도가 상승하면 왜 저항이 커지는지(반도체는 왜 저항이 작아지는지), 반도체의 불순물이 첨가되면 왜 저항이 감소하는지, 초전도체는 어떻게 가능한지등을 배웁니다.
플라즈마 물리는 고체와 달리 기체를 다루는데 고온의 기체가 되면 원자의 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를 말합니다. 이때 플라즈마 기체는 이상기체와 달리 전기적 인력의 효과 때문에 그 특성이 많이 기괴해집니다. 우리주변에 가장 흔한것은 기체도 고체도 액체도 아닌 플라즈마입니다. 대기권의 열권이 플라즈마 상태이고 태양도 플라즈마이며 네온등, 아르곤등등 전구의 내부도 플라즈마 상태를 보입니다. 그리고 핵융합 발전에서 핵심은 플라즈마를 가열하는 방법과 이를 안정적으로 가두는 것이지요.
광학과 핵물리는 제가 듣지 않았는데 ^^ 학생들이 자주 수강하는 과목입니다. 4학년 과목은 자주개설되는 것도 있지만 신청자가 드믈어 2년에 한번씩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같이 수강하는 과목이 있어요. 우주론 및 상대론, 소립자물리(=쿼크, 렙톤, 뮤온등등 교양과학서에 자주 등장하는 ^^)가 그러하죠.
그런데 이런 과목보다 더 드믈게 신청하는 과목도 있습니다(전에 신청자가 2명이라서 강의실 대신 교수님 연구실에서 수업하는 것도 봤습니다). 이런것은 정식과목으로 개설되기보단 ‘~특강’이란 몇회 강의로 개설되거나 매주 열리는 세미나(콜로키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등으로 대신합니다. 반도체 물리학 특강, 초전도체 특강, 가속기물리학 특강 뭐 이런게 있죠. 이런건 연구의 첨단을 달리는 것이라 특별히 교재가 있는게 아니구요. 여러분이 어떤 경시대회를 준비한다고 할때 대량으로 찍어내는 시중의 교재보다는 학원에서 부정기적으로 나눠주는 프린트물에 더 의존하는 것처럼요. 학점은 A, B, C가 아니라 이수(S)와 이수실패(U)로 구분됩니다.
그리고 3학년부터 연구참여라고 해서 교수님 연구조수로(사실은 연구조교가 아니라 조수입니다 -_-;) 실험실 분위기를 배우고 논문쓰는 법 배우고 하다보면 어느새 코앞에 졸업이 다가온답니다 ^^
처음 제가 이 글을 적을 땐 물리학과를 전반적으로 소개한다는 의도가 아니라 학생들중에 물리학과 진학에 대해 고민하고 궁금해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적은것인데 생각보다 무겁고 공식적(?)인 글이 되었네요. 말 그대로 참고만 하시구요. 모르는 것 댓글등으로 질문하시고(내용이 길면 왼쪽 메뉴의 자유게시판이 있잖아요^^).... 물리과 외에 타과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을 못하겠습니다. 과에서 배우는 과목이야 제가 검색해서 나열할 수 있겠지만 각 과목의 의미와 역할, 과에서 차지하는 비중등을 알 수 가 없기에... 이점 양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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